나름 고민을 많이 해서 집을 지었더라도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집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집을 짓고 보니 이런 점은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면도 많이 있다. 다만 그 아쉬움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많이 주는 요소라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개인적 관점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나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1. 우리가 구상한 계획을 설계 단계에서 설계사와 충분히 상담하지 못한 점
‘건축탐구 집’에 소개되는 집들을 보면 하나같이 많은 고민과 생각이 담긴 집들이 많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서 실제 집을 지을 때 모든 설계사들이 고민을 많이 하여 건축주의 생각을 담아내 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실제 집을 지으려고 설계해 보면 건축 승인에 필요한 기본적인 설계부터 자세한 시공설계까지 설계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우리 생각에 설계비를 적게 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설계사는 우리 계획에 전문가적인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이 우리가 계획해 제공한 도면대로 설계도를 그려냈고 그대로 집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철근콘크리트 집을 지었기 때문에 시공하는 사장님이 콘크리트를 타설 하기 전 거푸집을 다 완성한 후,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지금 이야기하라고 하셨지만, 경험이 없는 우리 눈에는 크게 들어오는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집은 경험이 부족한 우리 생각대로의 집이 되었다.
화장실 공간은 지나치게 넓고, 파우더룸은 좁고, 안방에 낸 긴 창의 위치는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시야가 훨씬 시원할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사실 비전문가의 눈에는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기본 공간이 나와도 그 상태에서는 공간이 좁게만 느껴지고, 그 크기가 가늠이 잘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공간을 수정하거나 창의 높이를 조정하기에는 늦었다. 철근골조에 콘크리트가 굳어 있으니 말이다.
이러다 보니 드는 생각은 설계사가 형식적으로 설계를 해 준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묻고,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수정할 부분이 없는가에 대해 조언을 구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설계사마다 설계의 특성이 있어서, 집을 짓는 경우에는 조금 더 꼼꼼하고 공간 구성에 관심을 가지는 설계사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2. 넓은 화장실의 공간을 구분하지 않았고, 이동식 욕조를 설치하여 청소가 힘든 점
생각해 보면 주방 싱크대의 경우 시공하는 분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업체를 찾아가서 2번에 걸쳐 상담하면서 디자인과 소재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그런지 제법 마음에 든다. 그런데 화장실의 경우는 별 고민 없이 그저 변기, 세면대, 수납장과 거울 정도를 선택하고, 그놈의 욕조가 뭐라고 예쁜 이동식 욕조를 고집했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의 공간이 지나치게 넓으니까 변기를 독립된 공간으로 주어도 되는데 그렇지도 않았고, 이동식 욕조는 정말 보기에는 예뻐도 청소가 만만치 않다. 욕조를 뒤집어서 닦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이동식 욕조는 결국 모두 후회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10년쯤 살고 욕실을 리모델링할 때는 이동식 욕조를 빼고 화장실 공간도 좀 구분하려고 생각한다.
3. 단열성능이 뛰어난 창호를 선택하지 못한 점
전원주택의 경우 아파트와는 달리 겨울철에 난방을 많이 하지 않으면 아주 춥다. 남편은 집을 지으면서 시공하는 분에게 꼼꼼한 단열을 거듭 부탁했고, 나름 창호도 좋은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시공 과정 중에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회사 제품을 써도 되냐고 하셔서 별 고민 없이 그러라고 했는데 절대 그러면 안 되었던 것 같다. 집을 짓는 과정 중에 설계와 조금 차이가 있어도 넘어갈 부분이 있고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집이 완성되어 2월 초에 이사를 와서 창문에 결로가 많이 생겨 남편은 창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 결로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유리와 유리 사이에 아르곤 가스가 들어가 있고 유리 표면에 단열 처리가 되어있는 로이유리를 선택했는데, 우리 창호에 끼여져 있는 유리가 로이유리가 아니고 일반유리라는 것을 남편이 알아냈다. 그래서 시공사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고, 시공사 사장님은 창호 시공 업체에 전화해서 일반유리가 끼워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며칠 후 창문을 모두 다 로이유리로 교체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보더라도 창호를 선택할 때는 공부를 좀 많이 해서 단열성능이 우수하고 믿을 수 있는 업체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3중 유리 창호를 추천한다.
4. 단열 시공을 할 때 현장을 참관하지 못한 점
해운대의 따뜻한 아파트에서 살다 온 우리는 이사 초기에는 전원주택의 추위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다. 남편은 자꾸 단열이 어딘가 허술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집을 짓는 전 과정을 볼 수는 없더라도 꼭 챙겨야 하는 과정은 시공사와 일정을 조율해서 현장을 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단열 작업은 얼마나 꼼꼼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시공사 사장님은 기준이 충분히 넘는다고 장담하시지만 사는 우리는 어딘지 모르게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니 말이다.
5. 외벽에 전원 콘센트 설치하기
전원주택은 외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기계를 이용하여 작업을 할 일도 있다. 따라서 외부 벽면에 전원 콘센트를 많이 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부에 2곳의 콘센트를 설치했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그것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시공 과정 중에 1~2곳 더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나중에는 설치도 어렵고 멀티탭을 연결해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 미관상 보기도 안 좋고 안전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을 짓고 2년 동안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집을 짓고 난 후에 드는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 보았다. 전원주택을 지을 계획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런 부분도 잘 챙겨서 아쉬움이 덜 남는 집을 지으시길 기대해 본다.. 다음 글에서는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이웃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이 생각하는 전원생활의 의미 또는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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